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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연구위원의 금요아침) 인재 영입 유감(遺憾)
이영주(노동문제연구소 解放 연구위원)    작성 : 2021년 12월 14일(화) 17:21    게시 : 2021년 12월 16일(목) 14:03
영입(迎入), ‘환영하여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인재 영입이란 말을 많이 쓴다. 주로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와 같은 각종 선거를 앞두고 기존 인물과는 색깔이 달라 보이는 참신한 인물을 외부로부터 ‘수혈(輸血)’해서 정치 세력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인재영입에 공을 들인다. 직접 후보자로 공천하기도 하고 선거 과정에서 상징성을 갖는 다른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많은 인재 영입 뉴스가 지면을 장식했다.

어떤 인재를 영입하는가? 인재 영입은 그 사람의 정치적 수완이나 전문성, 실무 역량보다는 ‘스토리’를 사는 것이다. 회사의 실무를 담당할 신입사원 채용이라보다는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소구하는 CF모델 기용과 비슷하다. 정치권이 탐내는 인재는 그 시대의 욕망과 갈증을 반영한다. 정치로부터 소외 받았다고 느끼는 지역, 세대, 직종, 계층의 유권자들이 그 인재에 감정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수성가한 사업가나 주경야독으로 성공한 전문가를 선호했다면 요즘엔 2030 청년이나 워킹맘이 각광을 받는다. 각 당에서 찾으려는 ‘얘기가 되는’ 인재상이 진영을 막론하고 엇비슷하다 보니 마치 대학입시에서 복수 지원하듯 정치지망생들이 여러 정당에 동시에 접촉하는 경우도 흔하다. 오늘 이 당에서 영입 발표한 인재가 엊그제까지는 저 당에 이력서를 넣고 대기 중이었다는 폭로가 새삼스럽거나 낯설지 않다. 아마 이 당에서 안 뽑았다면 그 사람은 저 당으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사퇴에서 볼 수 있듯 보여주기식 인재 영입에서는 사고가 많이 난다. 깜짝쇼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극소수의 인원이 보안을 지키며 깜깜이로 영입 과정을 진행하다 보니 인사검증에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개각을 하거나 청와대 참모 인사를 할 때도 예상치 못한 인사 참사가 자주 발생한다. 민정수석실이 나서고 경찰, 국정원, 국세청과 같은 막강한 권력기관을 동원해서 샅샅이 인사검증을 거친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도 의외의 흠결이 뒤늦게 발견되어 낙마하는 사례가 빈번한데 하물며 정당에 그런 권한이나 절차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물론 지인이나 동료를 통해 알음알음 간접적으로 평판 조회를 하긴 하지만 내밀한 사생활이나 시시콜콜한 SNS 소통까지 빠짐없이 찾아내서 거르긴 쉽지 않다. 당사자가 오래 전에 남긴 글이나 올린 사진이 고스란히 박제되어 있고, 누구나 금세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문제가 되어 그제서야 삭제하거나 비공개할 때쯤이면 온갖 커뮤니티에 이미 도배 되기 때문에 과거를 말끔히 세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혹시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찾아가서 제보할 수 있는 매체도 널려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감수성과 정치다. 심지어 정당이 문제를 감지했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의 기준이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집단의 관념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허물로 보여서 그냥 강행하는 경우도 많다. 막상 발표하고 났는데 현재의 가치관과 사회 보편의 시각에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다면? 추진한 사람의 체면 탓에 며칠 버텨보긴 하겠지만 결국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랐다’고 에둘러 표현하면서 당사자의 자진사퇴만 기다리게 된다. 유권자에게는 감동은커녕 피로감만 쌓인다.

그런 논란이 터질 것을 과연 예상하지 못했을까? 항상 드는 의문이다. 정치 무대에 나서거나 공직을 맡지만 않으면 널리 존경받고 점잖게 품위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왜 굳이 대중의 공적 관심 속에 사생활이 들춰지고 추문을 감수하려는 것일까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다. 무분별한 신상털기와 의혹 제기 아니냐고 볼멘 소리로 항변하지만 이미 똑같은 잣대를 상대편 진영에 들이댄 적 있으니 그냥 내로남불 확증편향만 강화될 뿐이다. 공수 교대 속도가 너무 빨라 현기증이 날 정도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왜 매번 그때 그런 방식으로 그런 인재를 급하게 모셔와야 할까? 선거 때에 닥쳐서만 헐레벌떡 반성과 읍소, 뼈를 깎는 쇄신과 환골탈태 약속하지 말고 평소에 일상적으로 체질을 개선할 수는 없는 건가? 각고의 노오오오력 끝에 역경을 개인적으로 극복하고 마침내 성공한 새 얼굴의 휴먼 감동스토리로 유권자들에게 안방극장을 선사하겠다는 것도 유감이다. 사회의 역경을 구조적으로 바꿔나갈 인재를 유권자와 함께 발굴, 검증하고 꾸준히 키워나가는 정치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이영주(노동문제연구소 解放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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