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입력폼
(김지현 변호사의 금요아침) 발가락이 닮았다
김지현 변호사김지현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작성 : 2021년 12월 22일(수) 08:25    게시 : 2021년 12월 23일(목) 10:33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인재영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조동연 교수가 혼외자 논란으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에서 자진사퇴 하였다. 불륜으로 인한 혼외자인지 성폭력으로 인한 혼외자인지 그러한 논란은 접어두고 이혼전문변호사로서 혼외자의 법적 문제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필자가 여러 가정의 소송을 다루다 보면 남자들이 “내 자식이 맞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모자관계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해 결정되는데 반하여, 부자관계는 자연적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남자들은 혼인 중의 자식이라도 내 자식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을 많이들 갖는 것 같다. 옛날부터 부인의 불륜으로 혼외자가 태어나는 일들이 실제로도 있었으니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소설도 나오지 않았겠는가.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친자관계가 성립하나 부자관계는 자연적 사실의 유무를 알 수 없기에, 우리 민법은 혼인 중에 아내가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민법 제844조 제1항). 또한 혼인이 성립한 날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하여 남편의 자녀로 추정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친생추정 규정은 진실한 혈연관계와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친생추정 규정에 따라 형성된 부자 사이의 친자관계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두고자 민법은 친생부인의 소를 인정하고 있다(민법 제847조). 다만, 친생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너무 길게 인정하거나 그 기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조속히 확정해야 할 필요성과 신분관계를 둘러싼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민법은 남편 또는 아내가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제기하여야 한다는 제소기간을 정하고 있다. 한편, 위와 같은 친생추정을 받지 않는 자녀에 대해서는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의 소를 통해 친생자 관계를 부정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다.



친생추정을 받는 기간에 출산했으나 예외적으로 부부 한쪽이 장기간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등 동서의 결여로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아니한다. 최근 유전자 감식을 통해 손쉽게 자녀가 아님을 밝힐 수 있게 됨에 따라 친생추정 규정의 범위와 해석에 관해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2019년 대법원은 유전자 검사로 자녀가 아닌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지 않고 그러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친생자 관계는 부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친자관계 및 신분질서를 조속히 안정시키고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며 자녀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함이다.



몇 년 전 70대 후반의 황혼이혼 사건을 수행하였는데 의뢰인이었던 남편과 그 부인은 젊은 시절부터 서로 의심할 만한 행동들로 신뢰를 상실하였고, 이에 남편은 수시로 아들이 내 아들이 맞냐며 의심하고, 자녀들이 성년에 이르러서는 지속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요구하였다. 이혼 소송 중에도 결국 자녀를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자녀분이 어느 날 필자를 찾아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의뢰인의 외모를 쏙 닮은 모습에 필자는 남편측 대리인이었음에도 의심하는 의뢰인이 답답하였지만 설득이 되지 않았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자신을 친자식이 아니라고 의심하여 유전자 검사를 받아 볼까도 생각하였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친아들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올까봐 두렵기도 하고, 친아들이 맞다는 결과가 나오면 아버지가 더 원망스러워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 몇 년째 아버지의 요구에도 검사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필자를 붙잡고 울었다. 필자는 그 아들에게 아버지와 너무 닮았으니 용기를 갖고 검사를 받아 아버지의 의심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다독였다. 결국 아들은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 당연히 친아들이었다. 반면, 혼인 중 부인이 외도를 하여 둘째 아들을 낳았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결혼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사실을 알고 부인과 이혼을 원하면서도 유독 자신을 따랐던 둘째 아들을 이혼 이후에도 자신이 키울 수는 없냐고 눈물로 상담하던 남자도 만났다.



친아들임에도 평생을 아들이 아니라고 의심하며 살았던 남자와 자신이 사랑으로 키워온 아들이 상간남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차마 아들과 헤어질 수 없어 괴로워하는 남자. 상처받은 아들들과 이런 불행한 일을 만든 여자. 소설보다도 더 기가 막힌 세상 이야기다.



김지현 변호사김지현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금요아침 최신 뉴스
많이 본 뉴스
Planner
2022년 2월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