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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은 교수의 월요객석) 에너지전환과 시장개방은 잘못된 조합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과 교수    작성 : 2021년 12월 08일(수) 18:37    게시 : 2021년 12월 10일(금) 13:36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과 교수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10월 18일 드디어 탄소중립 로드맵의 큰 그림을 완성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기존 26.3%에서 크게 상향)와 2050년까지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함으로써 국내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이 목표에 대해 기후 위기의 엄중함에 비추어 아직 부족하다고 여기는 시민들도 있고 현재의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고려하여 이 정도면 충분히 도전적이라고 여기는 시민들도 있다. 그러나 일단 목표가 정해졌으므로 당분간은 이에 대한 논쟁보다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한 출발점에 선 상황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전력시장개방이라는 주장이 최근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유럽,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미 빠르게 재쟁에너지로의 전환을 달성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바로 전력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장개방을 하면 독점 구조가 깨져서 크고 작은 많은 발전소가 등장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생산이 증가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또한 이들은 시장개방을 하게 되면 발전만이 아니라 서비스 부문으로도 스타트업 기업들이 등장하게 하고 이들이 혁신 기술을 통해 에너지 수요과 공급을 조정하기 때문에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럽 혹은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우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생산이 빨리 증가했다는 것과 에너지 비용이 더 싸졌다는 것은 근거가 희박한 주장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 전력시장 개방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목적을 달성하는 독립적인 정책들로서 시기적으로 겹치다보니 인과관계인 것처럼 보일 뿐이다. 전력시장 개방은 신자유주의 개혁과 유럽의 경제통합의 일환으로서 추진되었고 에너지전환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추진되었는데 이 둘이 동시에 진행되다보니 마치 에너지전환을 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장개방을 추진하게 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시장개방이 에너지전환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논의의 대상이지 팩트인 것은 아니다.

전력시장개방은 소매시장의 자유화를 의미하는데 1990년대 초에 영국과 북유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유럽에서는 EU 통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력부문 통합이 추진되었고 회원국들은 경제통합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미국은 당시 영국과 함께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주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은 주에서 전력시장 자유화가 실시되었다. 한편 자국 내에서 에너지 시장을 자유화한 서구의 에너지기업들은 이후 개도국들의 에너지시장 개방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압박하에서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직후 국가적 차원에서의 비용편익분석을 실시할 틈도 없이 전력 부문 민영화, 전력시장 자유화를 강요당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진행된 전력시장 자유화 정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자유화를 택한 주의 전기요금이 자유화를 택하지 않은 주보다 더 높았으며 대형 전력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캘리포니아 대정전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럽의 경우 자유화와 시장 통합 이후 5대 거대 전력회사에 의한 과점화가 고착화되었으며 영국의 경우 전기요금의 과도한 상승으로 에너지 빈곤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었다. 위 국가 이외에도 캐나다 온타리오 전력대란, 뉴질랜드 전기요금 폭등 등 시장개방은 수급 불안정과 요금 인상의 원인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목도하였기에 노무현 정부가 결국 민영화와 시장개방을 중단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의 속도가 느린 것은 한전이 소매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한전은 전 국민에게 가능한 한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국가가 결정하는 대로 전기요금을 관리하고 있을 뿐이다. 에너지전환이 느린 것은 정부가 그것이 야기할 비용상승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에게 비용이 증가하지만 후세대에게 기후위협 없는 미래를 물려줄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투자라는 비전을 설득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이다. 전력소매시장 개방이 가져올 부작용을 생각했을 때 에너지전환과 소매시장 개방은 잘못된 조합일 뿐이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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