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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장원 교수의 등촌광장)경부고속전철과 동아시아고속철도(ETX)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수    작성 : 2021년 12월 24일(금) 14:07    게시 : 2021년 12월 28일(화) 10:39
COVID19로 다사다난했던 2021년도 저물어간다. 연말연시 많은 국민들이 KTX로 이동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생활에서 KTX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들다. 2004년 4월 1일 개통한 경부고속철도는 불과 17년 만에 국토 공간 구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KTX가 통행시간을 단축시켜준 덕에 충청권이 통근·통학 가능한 제2의 수도권이 되고 있고, 서울만의 전유물이었던 국제회의가 부산, 대구, 대전 등으로 확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KTX역 주변은 지가가 상승되므로 모든 국민들은 KTX역 유치를 희망하고, 그 KTX가 지금은 도시광역철도 GTX로 변신해 해당 지자체들은 GTX 추가역 만들어달라고 아우성이다. 어쨌거나 KTX 덕에 우리나라는 전국이 하나의 메가시티리전(Mega-city region)으로 변화하는 걸 경험 중이다.

하지만 경부고속철도가 만들어지기까지 오랜 시간 우여곡절 많았던 것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경부고속전철(당시 명칭)이 언급되기 시작한 건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서 경부축에 새로운 철도시설을 권고했고 이에 프랑스, 일본의 철도 전문가들이 와서 조사를 한 적 있다. 1983년 자동차가 늘어 경부고속도로 정체가 시작되자 다시 서울∼부산 고속전철 타당성 조사가 실시됐다. 그러나 경부고속전철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회자되기 시작한 건 1987년 12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채택하면서부터다. 그 후 1989년 7월 경부고속전철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1990년 6월 서울∼천안∼대전∼대구∼경주∼부산을 잇는 총 연장 409km, 시속 350km급 경부고속전철 노선이 발표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후 추진과정에서 부실공사 사건, 필요성 논쟁, 수요 과다 추정 논란에 휩싸여 고속전철 사업은 중지 위기에 몰렸다. 이런 파선 위기에서 경부고속전철을 회생시킨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김 대통령의 정치적 용단으로 재추진된 경부고속전철은 결국 2004년 4월 1일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개통됐다. 개통 첫해 1,980만 명의 승객으로 시작한 경부고속철도는 연평균 11%씩 성장해 COVID19 직전 2019년 9,418만 명(KTX+SRT)을 돌파했다.

경부고속전철 얘기가 나왔을 때 “기초기술도 없고 국가 재정도 충분치 못한데 왜 졸속 추진하는가? 서울서 부산까지 겨우 400km 밖에 안되는 나라에 무슨 350km급 고속전철이냐? 이용객이 많아야 1년에 1,500만 명 넘기기 힘들어 운임이 30만원은 될 텐데 누가 타겠느냐?”는 등의 반대 여론에 포기했다면 지금도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없는 나라로 분류되고, 경부고속전철이 불러 온 기술혁신은 우리와 관계없는 얘기로 끝났지 싶다.

동아시아고속철도(ETX: East Asian Train eXpress) 건설론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400km 고속철도를 건설해서 남한∼북한∼중국을 연결하는 ETX 필요성을 얘기하면 “또 그 소리요?”하면서 아예 들으려고도 않는다. 왜냐하면 ETX를 북한 기존 철도 개보수 정도의 이벤트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ETX 얘기를 안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사업의 파급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ETX가 연결되면 필자의 계산으로는 남한이 50%의 지분을 소유할 시 생산효과 13.5조원, 고용유발효과 연인원 약 23만 명이나 된다. 또한 기존 항공기 여객을 고속철도 여객으로 유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간 251만t CO2 배출량 감축(연 1,000만 명 기준)이 가능하다.

이제 해가 바뀌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국가 정책은 현재보다 미래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KTX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관통하며 추진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생각보다 훨씬 큰 혜택을 주는 것처럼, ETX는 향후 50년 이상 동아시아의 공간을 개편할 혁명적 트리거가 될 것이 자명하다. ETX가 견실하게 정착된다면 동북아에서만 매년 수 천만 명이 국제고속철도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수많은 관광객이 DMZ와 한반도와 중국을 넘나드는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 ETX는 자연스럽게 북핵으로 긴장된 한반도에 이완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경제적 통일을 통해 평화로운 정치적 통일까지도 가능케 할 것이다. 국가 대계를 좌우하는 정책은 정권, 정파를 초월하여 추진돼야 한다. 내년엔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대통령 직속 ETX추진위원회」를 설치하여 온갖 난제를 풀며 추진해내야 한다. 이제 미중러일의 자국 우선주의 거센 폭풍이 몰려오고 있는 한반도에 통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며, ETX는 통일의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반도에 세계 최고의 메가시티리전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북핵과 인구 절벽의 네크로폴리스를 만들 것인지, 선택은 우리 몫이나 결과는 자손의 몫이 될 것이다.



저서: 남북중 고속철도의 꿈(2021)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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