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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원가 이기는 장사 없다.
박규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작성 : 2022년 02월 09일(수) 12:45    게시 : 2022년 02월 10일(목) 09:56
박규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이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있다. 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의 오타가 아닌 에너지(Energy)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에너지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하는 신조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시스템 붕괴로 8년 만에 환율을 감안할 때 체감가격 100달러에 육박한 유가와 탈원전 여파에다 LNG, 석탄 가격 급등으로 전력도매가격(SMP)이 사상 처음으로 200원을 넘은 현 상황이 이(E)플레이션에 해당한다.

기업이 가격을 정할 때 원가보다 1원이라도 더 받아야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함은 굳이 윤석철 교수의 기업생존부등식(V(value)〉P(price)〉C(cost)을 들지 않더라도 자명하다. 한전의 평균 전력판매단가가 작년 3분기 기준 KWh당 107.6원인 상황에서 구입가가 판매가의 2배에 달하는 상황은 경영의 신도 어쩔 수 없다. 약 60원인 원자력의 비중을 높여 응급처방이라도 해야 할 텐데 탈원전 정책이 이조차 어렵게 한다. 빛바랜 연료비 연동제를 재도입했음에 정부는 제도 유보를 전가의 보도인 양 다시 꺼내 들었다.

원가 이하 장사는 당장은 고객을 웃게 할지 몰라도 결국은 모두의 손해가 된다. 콩보다 싼 가격으로 두부를 파는 공기업의 곳간은 비어 갈수 밖에 없다. 사기업이 이자보상배율도 커버할 수 없는 적자를 내면 은행은 어려울 때 우산을 씌워 주기는커녕 당장 거둘 것이다.

경영이 토지, 자본, 인력의 최적 조합을 통한 시너지를 내는 과정인데, 경제 논리를 무시한 정부의 어깃장에 한전의 적자 부담은 가중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 몫이 되고 있다.

이제 전원믹스를 사업자에게 돌려주고 정부는 전력 공급의 안정과 요금 등 필요불가결한 규제에 집중하여야 한다. 즉, 정부개입 축소와 전력시장 정상화가 관건이다. 한전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상장기업으로써49% 일반 주주 이익도 살펴야 한다. 공기업도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인 이상 명목을 넘어 실질적인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원칙으로 회귀해야 한다.

두 분의 CEO를 수행하고 여러 사장을 가까이서 보필해 온 한 사람으로서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임명장을 받는 순간부터 그 조직을 최고 아끼는 사람이 된다”는 존경하는 CEO의 말씀이 이제는 통용되지 않는 같아 개탄스럽다. 그저 입신양명과 다음 자리를 위한 기착지 정도로 생각하면서 어찌 공기업 수장을 하고, 또 맡기는 것인지 참 안타깝다.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채 정권 차원의 이해관계나 NGO에 좌지우지되는 정책적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에너지 가의 급등에 따른 요금과 수급문제에 봉착하고서야 전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거나 아직도 정파적 이해에 함몰되어 위기의식 없이 주어진 예산만 축내는 경영이 된다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그 결과는 제조업이 GDP의 30%를 차지하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 하의 대·중소기업 고통 수반은 물론 비용절감 차원 수선유지비 감축으로 1만 8000여 전기공사협회 회원에게도 연쇄적으로 파급된다.

전력사업자의 적자를 차기 정권으로 떠넘겼지만 가파른 요금인상이 턱 밑까지 차, 지난 12월 한전은 올해 전기요금 인상방안을 발표했다. 4월과 9월에 걸쳐 kW당 9.8원의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 요금 2원을 올린다는 것인데, 최대 44%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최근의 발표가 이를 무색하게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꾸 뒤로 떠넘기지 말고 인상의 고통을 분담하는 상생의 묘안을 찾아야 한다.

이제 모두 진솔해지자. 더 이상의 좌고우면이 에너지를 넘어 국가 경제의 파국을 초래하는, 자원 내셔널리즘과 무기화가 발등의 불이 되었음을 보고도 애써 외면하거나 다음 정권이나 후임자에게 넘기면 그만이라는 NIMT(not in my term) 미봉책을 즐긴 것인가?

탄소 중립과 넷 제로를 위해서도, 이념으로 얼룩진 에너지 수급계획을 원전 불가피라는 세계적 조류와 93%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이라는 현실을 직시하여 신속히 바로 잡자. 쉽지 않겠지만 아직은 만회할 여력이 있다. 하지만, 기회란 기다려 주지도 다시 오지도 않는다.



박규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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